
필리핀 노동고용부(DOLE)가 최근 발표한 새로운 지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운행 중인 교통 네트워크 차량 서비스(TNVS) 차량의 운전자와 라이더들이 사회보장제도(SSS)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혜택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고용 형태의 모호함 속에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자격을 갖춘 라이더와 운전자들은 업무 중 발생한 부상에 대해 소득 지원 및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교통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에서 그랩(Grab)이나 앙카스(Angkas) 같은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는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하며 도시 교통 수단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운전자와 라이더는 대부분 독립 계약자 신분으로 분류되어, 정규직 근로자가 누리는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같은 기본적인 사회보장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로 위에서 하루 종일 운행하며 교통사고나 각종 안전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부상을 입었을 때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사회안전망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노동고용부의 이번 발표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통해 TNVS 종사자들이 업무 중 부상을 당했을 경우 의료비 지원과 함께 일정 기간 소득 보전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단순히 사고 발생 시 병원비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회복 기간 동안 생계 유지가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안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필리핀의 많은 TNVS 운전자와 라이더들이 일당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상황에서, 부상으로 인한 장기간 휴업은 곧 가정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자격 요건과 신청 절차가 얼마나 명확하고 접근 가능한지가 관건이다.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이나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실제 혜택 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SSS 가입 여부나 보험료 납부 이력 등이 수혜 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일부 운전자와 라이더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자발적 가입을 미루는 경우도 있어 이들을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포함시킬지가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노동단체들은 정부가 단순히 제도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종사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그리고 신청 과정의 간소화를 통해 실질적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긱 이코노미는 이미 수십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 규모는 더욱 확대되었다. 배달 라이더, 승차 공유 운전자,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경제 활동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 조건과 권리 보호는 여전히 법적·제도적 정비가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이번 TNVS 종사자 대상 혜택 확대는 향후 다른 플랫폼 노동 분야로도 확산될 수 있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어, 긱 이코노미 전반의 노동권 향상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정부와 사회보장기관, 그리고 플랫폼 기업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 파트너 운전자 및 라이더의 사회보장 가입을 적극 지원하고, 정부는 제도 운영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TNVS 운전자와 라이더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필리핀의 교통 서비스 품질 향상과 노동자 복지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